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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기획] 〈제주 노포 열전 ②〉 자리도 이름도 그대로, 70년을 이어온 한 그릇 — 삼도이동 '송림반점'

  • 강민수 기자
  • 입력 2026.07.02 13:0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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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소면처럼 가느다란 면발에 깻잎 향 한 스푼, 반숙 노른자로 마무리하는 간짜장 1950년대 화교가 연 문, 1979년 인수한 노부부가 지켜온 자리 — 착한가격업소로 남다

〈제주 노포 열전 ②〉 — 세월을 견딘 가게를 찾아가는 연재, 두 번째 자리다.

제주시 삼도이동, 관덕로 모퉁이. 서문사거리 골목 어귀에 이 자리가 70년째 그대로다. '송림반점'. 손님이 밀려드는 시간을 조금만 비껴가면, 이 골목이 왜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그 이유가 보인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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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오래된 벽시계와 달력이 걸린 송림반점 내부 ⓒ 탐라뉴스

◆ [내력] 화교의 문에서 노부부의 손으로, 70년

송림반점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. 화교가 처음 문을 연 이래 세 번 주인이 바뀌었고, 지금의 노부부가 이 자리를 인수한 것은 1979년이다. 이후로도 반세기 가까운 세월, 자리도 이름도 바뀌지 않았다.

그 사이 이 집은 〈생활의 달인〉에 소개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. 유명세를 탔다고 해서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았다. 사장님은 손자뻘 되는 손님에게도 여전히 깍듯하고 정중하다. 벽 곳곳에는 손글씨로 눌러 쓴 공지문과 셀프 서비스 안내판이 붙어 있다. 삐뚤빼뚤한 글씨 하나하나가 이 집의 온도를 말해준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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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[간짜장] 소면처럼 가느다란 면발, 깻잎 한 스푼

송림반점의 얼굴은 간짜장이다. 보통 중식당의 투박하고 두꺼운 면발과 달리, 이 집은 소면처럼 가느다란 면을 뽑는다. 소스가 면에 묵직하게 겉돌지 않고, 가볍고 정교하게 배어드는 이유다.

여기에 이 집만의 반전이 있다. 깻잎이다. 춘장의 달큰함과 기름진 맛을 깻잎 특유의 향이 개운하게 풀어준다. 면을 넘길 때 은은하게 올라오는 깻잎 향과 뒷맛의 칼칼함, 그 위에 얹힌 반숙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를 터뜨려 섞을 때 완성되는 고소함까지 — 다른 중국집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조합이다.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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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[볶음밥·계란국] 고슬함을 지키는 고집

볶음밥도 이 집의 자존심이다. 밥알이 질척이지 않고, 불 맛을 입은 채 알알이 살아 있다. 숟가락으로 뜨면 흩어질 정도로 수분기를 완전히 날려 보낸, 옛날식 볶음밥의 정석이다.

요즘 중식당들이 흔히 곁들이는 짬뽕 국물 대신, 이 집은 구수하고 담백한 계란국을 낸다. 볶음밥 본연의 고소함을 해치지 않으려는 노포의 고집이자, 원조의 룰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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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[탕수육] 바삭함 속 복숭아 향

투명하고 바삭하게 튀겨낸 고기 위에, 은은한 복숭아 향이 감도는 소스가 얹힌다.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물리지 않는 산뜻함이어서, 튀김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준다.

튀김옷은 얇고 단단해서, 둘이 먹다 남겨 포장해 가더라도 식은 뒤 데워 먹으면 질겨지지 않고 처음의 풍미를 유지한다. 넉넉한 양 덕에 포장해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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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[현지인의 시간표] 오후 2시, 그리고 낮술

관광객과 도민이 몰리는 점심 피크 타임을 피해 오후 2시에서 2시 30분 사이에 들어서면, 이 공간이 주는 여유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. 점심 피크 타임에는 주류를 팔지 않는다. 탕수육 한 접시에 반주를 곁들이고 싶다면 오후 늦은 시간을 노리는 편이 좋다.

탕수육의 바삭한 식감과 소스의 향을 따로 즐기고 싶다면 소스를 별도로 요청할 수 있다.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지정한 '착한가격업소'로 등록돼 있어, 가격 부담도 크지 않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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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[간판] 세월을 떼어낸 자리

골목 어귀에 걸려 있던 옛 간판은 이제 사진 속에만 남았다. '중화요리 송림반점'이라는 붉은 글씨와 전화번호가 손으로 눌러 쓰인, 페인트가 바랜 간판이었다. 오랜 세월 이 골목의 표지이자 이 집의 상징이던 물건이다.

지금 그 자리에는 새 간판이 걸려 있다. 지자체의 간판 개선 지원사업에 맞춰 교체된 것이다. 낡은 간판을 떼어내는 일에 사장님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. 세월의 무게보다, 지원이 있으니 바꾼다는 실용의 판단이 앞섰다.

 

정작 아쉬워한 쪽은 오래 이 집을 찾아온 손님들이었다. 바랜 간판 하나에 담겨 있던 시간이 사라진 자리를, 단골들은 오래 바라본다. 노포의 상징이 무엇인지 — 그것을 지키는 사람과 그리워하는 사람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, 이 작은 간판 하나가 말해준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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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이제는 내려진 송림반점의 옛 간판 ⓒ 탐라뉴스

그 낡은 간판이야말로 이 집의 진짜 얼굴이었다 — 뒤늦게 찾아온 이들이 남긴 아쉬움이다.
[위치] 송림반점 (클릭하면 네이버 지도로 이동합니다.)
제주시 관덕로 2-1 (삼도이동 857)
전화 064-722-4229
영업시간 오전 11시반~오후4시 · 매주 일요일 휴무
간짜장·짬뽕·볶음밥 각 6,000원, 탕수육 15,000원 · 착한가격업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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